AI 피로감에서 벗어나야 할 때
고백하자면 저는 요즘 AI 얘기가 좀 지겨워졌어요. AI가 대단하다는 건 알죠. 저도 매일 쓰고 있고, 실제로 일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으니까요. 최근에 새로운 직무를 시작했는데 (웹 스케일이라는 개념, 기억하시나요?) AI 덕분에 몇 주 만에 완전 초보 수준에서 생산성 있는 상태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말이죠. 이제 너무 일상적인 일처럼 느껴져요. 변화의 속도가 빨랐다는 건 맞지만, 매일 매일 할 얘기가 없어진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제가 자주 드나드는 커뮤니티 전체가 AI로 가득 차버렸다는 것 같아요.
해커뉴스 같은 곳도 예전엔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들과 풀어야 할 문제들로 넘쳤거든요. 요즘은 어떻게 됐냐면... Claude 코딩 워크플로우 이야기(거의 똑같은 내용인데 세 명이 올려요), 그리고 OpenAI 도구로 고양이를 쓸어주게 만들었다느니, 비디오 게임을 하게 만들었다느니 하는 포스트들뿐이에요.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시간을 얻었다며? 그 시간으로 AI 도구 설정에 집중한다고요. 뭔가 악순환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Kagi의 "small web" 기능을 보면 이걸 더 잘 알 수 있어요. 한 번 열어보고 '다음' 버튼을 20번 눌러보세요. AI 관련 포스트가 몇 퍼센트나 될까요?
더 이상 도구 얘기 말고 결과물을 보고 싶어요
"꼰대가 한 마디 한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제 입장을 이해해주세요. 옛날, 그러니까 2023년만 해도 Claude를 좀 만지면 'AI 엔지니어'라고 부르기 전, 'Product Engineer'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코드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그 코드가 전달하는 제품 가치에 집착해야 한다는 개념이었죠. 저는 정말 좋아했어요. 당연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퇴보한 것 같아요. 이제 코드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엔지니어링의 가장 쉬운 부분을 더 쉽게 하려고 만든 거대한 자동완성 도구에 집착하고 있거든요.
목공 커뮤니티에 비유하면 이래요. 예전엔 자신들이 만든 테이블 사진을 올렸는데, 이제는 자기들이 쓰는 망치 사진만 올리는 거예요. 그것도 모두가 똑같은 망치를 똑같은 방식으로 쓰니까, 결국 같은 말을 목청껏 반복하고 있는 셈이죠.
관리자층까지 휩쓸린 AI 열풍
더 심각한 문제는 경영진까지 이 열풍에 빠졌다는 거예요. 이전에 우리 매니저들은 데이터베이스 기술이나 IDE,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 따위는 신경도 안 썼어요. 기능이 나오면 팔 수 있으니까 그게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경영진이 구현 세부사항까지 들어와 버렸어요. 아마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올해 목표에 "AI를 더 많이 활용하기" 같은 항목이 있을 거예요. 관리자 개입은 예나 지금이나 있었지만 (DORA 메트릭도 오래전부터 있었고), 예전엔 항상 결과에만 관심 있었어요. 배포 속도, 응답 시간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제는 개발자당 사용한 토큰 수를 측정하고 있어요. 이게 과거의 "코드 라인 수"만큼이나 무의미한 지표인 거, 알고 계시나요?
도구 대신 만든 것을 보여주세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자면, 그냥 투덜거리는 차원을 넘어서, 제발 당신이 쓰는 도구 얘기보다 그 도구로 만든 멋진 것들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중요한 건, 코딩이든 다른 어떤 일이든 수공예나 마찬가지라는 점이에요. 최종 목표는 누군가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가 자신일 수도 있지만요.
p.s. AI에 대해 투덜거리는 글에서 AI에 대해 투덜거리는 포스트라는 아이러니를 지적해주실 분들이 있을 거란 걸 알아요.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